"기본 언어"를 영어로 정했다가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 — 플레이스토어 등록 언어 고르기
"기본 언어"를 영어로 정했다가 다시 생각하게 된 이유
만들고 있는 마작 게임을 Play Console에 등록하려고 준비하다가 "기본 언어(default language)"를 정해야 하는 단계에서 멈췄다. 선택지는 영어, 한국어, 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이 앱은 이미 한국어/영어/중국어(간체) 세 언어를 지원하도록 만들어 놨는데, 그중 어느 걸 기본으로 세울지는 또 다른 문제였다.
기본 언어는 등록해둔 언어 외의 지역(예: 동남아, 유럽)에서 스토어에 접속했을 때 폴백으로 보여지는 언어다. 그래서 처음엔 단순하게 생각했다. "가장 많은 사람이 최소한 읽을 수 있는 언어가 영어니까, 영어를 기본으로 하면 되겠다." 별로 고민할 것도 없어 보였다.
"미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이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이 판단에 의문을 갖게 된 건 아주 단순한 질문 하나 때문이었다. 이 게임을 미국 사람보다 중국 사람이 더 많이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이 게임은 짝맞추기 솔리테어가 아니라 패를 뽑고 버리고 몸통/머리를 맞추는 진짜 4인 마작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마작"이라고 하면 대부분 짝맞추기 퍼즐 게임을 떠올린다. 반면 홍콩과 대만에서는 진짜 마작이 일상적인 오락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마작을 치는 게 흔한 풍경이라고 한다. 장르 자체로 보면, 이 앱이 정확히 원하는 사용자층은 미국이 아니라 중화권에 훨씬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그럼 기본 언어를 중국어로 바꿔야 하나?" 하고 다시 검토를 시작했다.
결정적 변수: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중국 본토에서 안 된다
여기서 처음에 놓치고 있던 사실 하나를 짚게 됐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중국 본토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 규제 때문에 본토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화웨이 앱갤러리, 샤오미 스토어, 오포/비보 스토어 같은 자체 채널을 쓴다. VPN을 쓰고 앱을 사이드로드하는 극소수 예외는 있지만, 무시해도 될 수준이다.
이 사실이 바뀌는 건 "장르가 어디서 인기 있는가"가 아니라 **"이 유통 채널로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다. 플레이스토어를 통해 실제로 닿을 수 있는 중국어권은 본토가 아니라:
- 대만, 홍콩, 마카오
-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화교 커뮤니티
- 그 외 지역(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중국계 이민자 커뮤니티
이 정도다. 그리고 이 목록에서 마작 문화가 가장 강한 곳은 단연 홍콩과 대만이다.
번체와 간체는 다른 언어처럼 다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하나 더 나왔다. 지금 앱의 중국어 번역은 간체 하나뿐이다. 그런데 정작 마작 문화가 가장 강한 대만과 홍콩은 번체를 쓴다. 글자 모양만 다른 게 아니라, 화면에 큼지막하게 걸리는 어휘 선택도 지역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정리하면 상황이 이렇게 됐다.
| 지역 | 마작 문화 | 플레이스토어 접근성 | 앱의 번역 지원 |
|---|---|---|---|
| 중국 본토 | 있음 | ❌ 사실상 불가 | 간체 있음 (닿지 않음) |
| 대만/홍콩 | 매우 강함 | ✅ 가능 | ❌ 번체 없음 (간체로 노출) |
|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화교 | 보통 | ✅ 가능 | ✅ 간체로 충분 |
| 미국/서구권 | 약함 (솔리테어 위주) | ✅ 가능 | ✅ 영어 |
핵심 타겟(대만/홍콩)에는 정작 어색한 간체가 노출되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어 지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번체를 지금 추가했냐면, 아니다
당연한 수순처럼 보이지만, 번체 중국어를 지금 바로 추가하지는 않기로 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이건 전부 추측이다. "홍콩/대만 사용자가 많을 것 같다"는 합리적인 가설이지만, 실제 다운로드 데이터로 확인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번역 리소스를 먼저 투입하는 건 성급하다고 판단했다.
대신 이렇게 정리했다.
- 지금은 간체 중국어로 먼저 출시한다. 번역 작업을 더 늘리지 않는다.
- 기본 언어는 영어로 유지한다. 간체로 실제 플레이스토어에서 닿는 인구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본토 접근 불가 + 번체 시장 대만/홍콩은 아직 커버 안 됨). 영어가 여전히 가장 넓은 폴백이다.
- 출시 후 Play Console의 지역별/언어별 통계를 본다. 실제로 대만·홍콩 쪽에서 유의미한 유입이 보이면, 그때
AppLang.zhHant를 코드에 추가하고store/zh-TW폴더로 번체 스토어 문구를 따로 준비한다.
가설을 세우는 것과 그 가설에 맞춰 리소스를 투입하는 것 사이에는 "데이터로 확인"이라는 단계가 하나 더 있어야 한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원칙을 다시 확인한 셈이다.
나중에 번체를 추가하게 되면 — 미리 정리해둔 체크리스트
출시 후 대만·홍콩 유입이 확인되면 바로 움직일 수 있게, 번체 추가 시 해야 할 작업을 미리 목록으로 박아뒀다. "번역 하나 추가"가 생각보다 여러 군데를 건드린다.
- 앱 내 로케일 추가 — 코드의 언어 enum에
AppLang.zhHant추가,zh_TW.arb(또는 해당 로케일 파일) 작성. 간체 파일을 복사해서 기계 변환하면 안 되고, 마작 용어(碰/槓 계열 표기)는 지역 관용 표기를 따로 확인해야 한다. - 스토어 등록정보 번역 추가 — Play Console에서 중국어(번체) 등록정보를 추가하고
store/zh-TW폴더로 스토어 문구(제목 30자/간단한 설명 80자/자세한 설명 4000자)를 별도 관리. - 스크린샷 현지화 여부 결정 — 화면 안에 큼지막하게 박히는 텍스트가 있는 스크린샷은 번체 버전으로 다시 캡처할지 판단. 게임은 스크린샷이 전환율에 직결되니 우선순위 높음.
- 기본 언어 재검토 — 번체까지 갖춰지면 그때 기본 언어를 영어로 둘지 다시 판단. 등록된 언어(한/영/간체/번체)가 각 지역을 직접 커버하므로, 폴백으로서 영어의 역할은 오히려 줄어든다.
반대로 지금 당장 하는 일은 Play Console 통계 확인뿐이다 — 사용자 획득 보고서를 지역별로 걸어두고, 대만(TW)·홍콩(HK) 숫자가 유의미해지는지 주 단위로 보면 된다.
정리
이번에 겪은 판단 과정을 한 줄씩 정리하면 이렇다.
- 처음 판단: 글로벌 공개를 염두에 두면 영어가 폴백 커버리지상 가장 안전하다 → 기본 언어 영어로 결정.
- 재검토 계기: "이 장르는 미국보다 중국어권에서 더 인기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 — 장르 특성상 타당한 지적이었다.
- 놓치고 있던 변수: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중국 본토에서 서비스되지 않는다. "장르가 인기 있는 곳"과 "이 채널로 닿을 수 있는 곳"은 다른 질문이다.
- 재확인한 타겟: 플레이스토어로 실제 닿는 중국어권은 대만·홍콩·마카오·화교 커뮤니티이고, 이 중 마작 문화가 강한 대만·홍콩은 번체를 쓴다.
- 발견한 간극: 앱의 중국어는 간체뿐이라, 핵심 타겟 지역엔 오히려 어색한 번역이 노출되고 있었다.
- 최종 결정: 번체는 지금 추가하지 않는다. 간체로 먼저 출시하고, 기본 언어는 영어로 유지한 채, 실제 지역별 통계를 보고 나서 번체 추가 여부를 판단한다.
"이 장르가 어디서 인기 있는가"와 "이 유통 채널로 실제 닿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는 서로 다른 질문이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체감했다. 그리고 그 답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실제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추측에 맞춰 리소스부터 늘리지 않는 게 맞다는 것도.
backtodev
40대 PM, 다시 개발자로 돌아갑니다. 실패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기록.